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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김진숙과 김진균
  • 글쓴이 금홍섭
  • 작성일 2012-03-30 14:09:04
  • 조회수 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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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세상 읽기-한겨레신문] 김진숙과 김세균 / 한정숙

등록 : 2012.03.28 19:26

 

 
한정숙 서울대 교수·서양사

정년을 1년 앞둔 김세균 교수가
징계를 받을 위험에 처했다
김진숙씨를 응원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생각보다 자그마했다. 호리호리해서 가냘프기까지 해 보였다. ‘85호 크레인의 여인’ 김진숙씨가 진분홍빛 스카프를 역삼각형으로 두르고 대학생들을 위한 강연 단상에 섰을 때 내가 받은 첫인상이었다. 전투적으로 활짝 웃는 사진이 주곤 했던 강인하고 억세 보이는 이미지는 실제 모습과 다른 것 같았다. 푸른 스웨터 색깔 때문에, 그녀를 수국꽃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잠시 생각했다. 그러나 그 목소리, 대중운동가에게는 최적의 자산일 맑고 힘찬 그녀의 목소리는 그런 생각들을 날려버리기에 족했다.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멋있는 목소리로, 그렇게 감동적으로, 그렇게 정확하고 아름다운 한국어로 강연을 하는 사람을 처음 보았다.
 

김진숙씨는 쉼 없이 흔들리는, 지상 35m 높이의 크레인 조종실에서 보낸 계절과 나날에 대해 말했다. 땅에 내려왔을 때는 멀미를 했고 토했고 계속 땅에 부딪혔고 위장이 아파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것도 이야기했다. 요컨대 그녀는 일상생활을 모두 잊고 잃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살아 내려올 것을 생각하지 않고’ 그 까마득한 높이로 발길을 디뎠었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을 촉구하기 위해 크레인에 오르기 전에 그녀는 신변정리를 마쳤다. 그 높고 어지러운 곳에 올라 309일을 보내면서 그녀는 생사를 넘어서 있었으리라. 하지만 죽음을 각오하면서도 결코 죽음을 허투루 맞이하고 싶지는 않았으리라. 그저 땅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아득하게만 보였으리라. 그런 그녀에게 용기와 희망을 되돌려준 것이 희망버스였다. 그녀는 희망버스에서 ‘눈이 맞은’ 뒤 크레인을 다시 찾아와 그 아래서 사랑의 언약을 맺은 청춘남녀 이야기를 했다. 내려다보는 그녀에게도 펄떡이는 삶의 의지가 전해졌으리라.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이룬 희망버스 덕에 그녀는 살아서 크레인 아래로 내려왔고, 해고노동자들도 복직할 수 있었다.

 

김진숙씨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과 가족이 겪고 있는 형극의 아픔에 대해서도 말했다. 듣는 사람들은 자연히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을 위해서도 희망버스가 있었다면 뭔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라고. 쌍용차 사태가 덧내고 있는 깊은 사회적 상처와, 그래도 파국을 면하고 사람을 살리는 쪽으로 귀결된 한진중공업 사태를 비교한다면 자본과 권력은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기여한 희망버스에 진작에 훈장이라도 주며 치하했어야 하리라.

 

김세균 교수는 정치학자다. 형님인 고 김진균 교수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진보적 사회과학 학술운동을 이끌어왔다.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로 20년 이상 재직하였고, 이제 정년을 1년 앞두고 있다. 그러한 그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징계를 받을 위험에 처했다. 희망버스에 올라 김진숙씨를 응원했기 때문이다. 그는 1차 희망버스를 타고 영도에 갔을 때 한진중공업 구내로 들어가 크레인에 접근했던 사람 중 하나다. 검찰이 무단침입죄로 기소했고 법원에서는 벌금 200만원을 부과했다. 교과부가 이를 빌미로 그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는 것이다.

 

서울대 법인화법이 통과된 뒤에도, 정년을 눈앞에 둔 김 교수는 신분 전환을 하지 않고 교육공무원으로 남는 쪽을 택했다. 그런데 법인화법이 통과되자마자 교과부가 상급기관임을 내세워 스스로 교수 징계권을 행사하려고 한다니, 국립대 법인화가 진보적 교수들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추진된 것이라는 일부의 추측이 현실이 되고 있다. 원로교수를 이런 식으로 모욕하는 것은 야만이고 비열이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35m 높이 크레인에 올라간 사람,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희망버스를 탄 사람, 그들이 지닌 깊은 인간애를 이해할 영혼이 징계 추진자들에게는 없다.

 

한정숙 서울대 교수·서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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