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려령의 <우아한 거짓말>을 읽고
<우아한 거짓말>은 왕따를 당해온 한 소녀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그 소녀의 죽음을 둘러싼 가족과 친구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세계와 사실의 세계가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괴롭힘을 당하는 천지입장과 괴롭힘이 아니라 그냥 천지가 너무 힘들어 장난친 것이라는 화연의 온도차는 상당히 높다.
살아있을때는 극복할 수 없는 온도차....
죽음으로 인해 비로서 화연이 당하게 되는 자기부정과 불안과 두려움의 감정들.
죽음을 시작으로 소설을 시작하면서 작가는 가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누구보다도 서로를 알지 못하는 사이가 되어버린 가족...
애정이 없어서라기보다, 당장 살기도 벅차서, 또 적당한 무관심에 같은 공간에서 살고는 있지만 적당히 가면을 쓰면 볼 수 없고, 알수 없는 가족...
이 소설도 천지의 죽지 전에는 그런 가족의 모습이었지만 죽음을 통해 깊은 이해를 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마트에서 일을 하는 엄마는 딸의 죽음을 씩씩하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쉽게 용서를 하거나 누구에게도 동정 받기를 단호히 거절하는 엄마의 안간힘과 남아있는 딸은 지키고자 하는 안간힘이 있다.
죽은 천지의 언니인 만지는 동생의 죽음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동생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나를 절감하면서 동생의 행적을 쫓는다.
동생의 행적 끝에 서 있는 화연을 만나 끝까지 미안해하며 죽지 말 것을 요구한다.
김려령 작가의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이 녹아있어서인지 수선스럽지 않게 왕따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쉽게 용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상대가 사과 받을 생각이 없는데 일방적으로 하는 사과의 비열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아한 거짓말에 얼마나 독성이 있는지를....
이 책과 함께 보면 좋을 책이 허은순 작가의 <6학년 1반 구덕천>이다.
왕따를 소재로 한 이 책은 피해자인 구덕천의 입장과, 구덕천의 동생의 입장과 가해자인 강주명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이 책은 무엇보다 가해자가 사건이 있은 후 자신이 또 다른 피해자기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두 작품을 비교하면서 왕따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